"그 시골 골짜기에서 무슨 패션쇼를 한다꼬?", "팔십 할매가 패션모델을 한다꼬?" " 참 별시럽네", "패션쇼~ 그게 될라나?"
'7080 패션쇼' 얘기가 나오던 작년부터 주변에서 웅성웅성 들리던 소리였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골 마을 패션쇼는 열렸다, 그것도 아주 잘.
경북 안동시 와룡면 이하1리, 일명 산매골 이야기다.
이번 쇼는 '희희락락 산매골 예술잔치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행사 안 2부 순서 '산매골 천연염색 패션쇼'였다. 주제는 '나도 모델이다'이었다. 행사는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이날 국악풍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모델들은 붉은 무대를 걸었고 돌아서는 부분에서 각자 개성 있는 자세(포즈)를 취했다. 72세인 유순화 모델은 10대 소녀 같은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기도 하였다.
각양각색 포즈 잡는 모델들... 감즙과 쪽이 만들어낸 깊은 색조
가장 젊은 모델이 50대 중반이고 최고령은 만 82세였다.
하지만 어느 패션쇼 못지않은 열정의 무대였다. 염색 옷을 입고 참여한 14명 모델 중에 두 어분은 처음엔 쭈뼛쭈뼛하긴 했으나, 전체적인 열기가 올라서인지 나중에는 자연스러운 걸음과 포즈가 나왔다.
이번 쇼에 나온 염색 옷은 감즙과 쪽 두 종류의 염색이었다. 색조는 차분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풍겨 품격있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단일 색처럼 보이지만 한 7단계의 염색과정에서 겹쳐지고 덧얹어지는 다양한 무늬, 문양들이 있어서 층층의 공간감을 생성한다.
염색하고 물 뿌리면서 말리고 하는 과정을 여러 번 해서인지, 시중 생활한복에서 볼 수 없는 여러 번 우려낸듯한 구수하고도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고급스러움을 잘 보여준다.
분무기 들고 나온 사람, 군복 입은 이... 모시 한복 입고 박수 갈채
시골 생활체험관 마당에서 벌어지는 패션쇼인데도 매우 품격있고 우아했다.
깊은 맛을 내는 염색 색조와 편안해 보이는 옷 디자인, 순수하고 순박한 표정의 모델들의 걸음걸이 등은 은근하게 울리는 국악 풍의 배경음악이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수수한 맛의 멋진 패션쇼가 연출되었다.
여기에 염색 교육을 함께하지 않은 다섯 분의 남성 모델이 여성 사이사이에서 워킹을 함으로써 패션쇼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그중 장명봉씨는 분무기를 메고 나와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고, 권중성씨(68세) 예비군복을 입고 나와 씩씩하고 활발하게 걸음으로써 우아한 분위기의 쇼를 에너지 넘치게 만들었다.
또한 이 모델 중에서 이재갑 시의원은 하얀 모시로 된 한복에 갓까지 쓴 모습으로 출연해 주민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다.
인생 첫 패션쇼 모델 소감 묻자... "감개무량", "몇 자국 걸으니 잘 되던데요"
패션쇼가 끝난 후 모델 중 가장 젊은 50대 김경순씨에게 물었다. 김씨는 아래와 같이 답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생 처음 패션쇼 모델이 된 기분이 어땠습니까?"
"처음엔 긴장이 됐었는데 몇 발자국 걸으니까 잘 되데, 약간 붕 뜨는 기분 들디더. 내 안 잘하디껴?"
77세 김수두씨는 "80 평생, 패션쇼라는 무대에 처음 다 서 보고... 참 감개무량입니다"하고 붉어진 볼로 활짝 웃었다.
관객들 대부분이 행사인 패션쇼 내용이 좋았고, 재미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처음 걸으러 갈 때와 올 때, 총 두 번의 포즈 잡기가 있었다. 이때 보여준 할매모델들의 '풋풋함'(?)에 모인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관객들 중, 몇몇 여성분은 모델의 옷을 구매할 수 없냐고 주최 측에 문의하기도 했다.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희희락락 산매골 천연염색 판매장'을 찾아 천연염색 물품들을 구경하고 구매하기도 하였다.
관련 링크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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